[천마석]
사냥할 땐 꺼야 한다.
보스 잡을 때만 써라.
비싸니까 아껴 써라.
항상 골드가 부족하다고 징징대는 나를 보며
천마석좀 아껴 쓰라고 잔소리하던 너
이상하게 난 그게 잘 되지 않았다.
항상 끄는 걸 깜빡하고 다 써버리고 말았다.
이런 나를 보며 바보라고 놀리던 너
우연히 게임에서 만나 친해진 사이지만
누구보다 다정하고 친근했던 너
사냥할 땐 천마석 꺼야지
보스 잡을 때는 켜야지
항상 옆에서 들리던 잔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게 되었다.
무슨 사정이 생긴 걸까 궁금하기도 했지만
연락처도 모르기에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.
접속하면 가장 먼저 확인하는 친구 등록창
너는 여전히 회색빛으로 물들어 있구나.
시간이 꽤 지나 랭커도 되고 게임도 잘 알지만
나는 여전히 천마석을 잘 끄지 못한다.
너의 잔소리가 그립다.
*초창기부터 함께 했던 친한 유저가 있었습니다. 저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접속하면 같이 미션도 깨고 일상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다 날릴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. 갑자기 연락이 끊겨 아쉽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운 마음을 담아 시를 써 봤습니다.